동침 드리머 - 미야자와 이오리 저



1


화창한 오후 햇볕에 따스해진 교실을 지배하는 것은 정년이 코앞인 여교사가 주절주절 흘려내는 주문 같은 현대문학 구절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배가 부른 여고생들의 뇌엔 혈액이 충분히 가 닿지 않았다. 제일 뒤 책상에서 보면 여기저기서 꾸벅꾸벅 방아를 찧어대는 머리가 보기 싫어도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졸음이 몰려오는 광경이지만, 호카게 사야는 잠에 빠지지 않았다.

교실 제일 뒷자리에다 창가 자리다. 원래는 수업중의 꿀잠이 보장되는 위치겠지.

하지만 그것은 잠들 수 있는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얘기다.

사야는 턱을 괴고 멍하니 칠판을 쳐다본다. 잠을 자진 않았지만 머릿속은 더없이 멍한 것이었다. 눈은 그저 멍하니 뜨여있을 뿐. 귀에서 들어오는 교사의 목소리도 배경음 역할 이상이 되지 못한다.

"……호카게. 호카게!"

이름을 불린다는 걸 겨우 알아챈 사야는 눈을 깜빡였다. 쳐다보니 교사가 자신을 노려본다.

"잠 좀 깼니?"

"……안 잤는데요."

쉰 소리로 사야가 대답한다.

"그럼 다음 문장을 처음부터 읽어 봐."

다음 문장이래도 지금까지 읽어온 곳이 어디인지조차 감이 안 잡힌다. 교과서 페이지를 하릴없이 뒤적인 후에 사야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어디예요."

교사는 진절머리가 나는 양 한숨을 쉬었다.

"아니 됐어."

다른 학생이 불리고 교과서를 읽어낸다.

"'밤에 잘 때 불을 끄지 않으면 잘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는 모양이지만 나는 어두우면 되려 숨이 막히어 잘 수가 없다.'……"

사야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책상에 떨어뜨린다.

요 근래 비슷한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이는 어색함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고, 자기만 두고 나가는 진도에 굉장한 초조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찌 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호카게 사야는 잘 수가 없다.

밤, 낮, 집도, 학교도.

언제건, 어디서건, 뭘 해도.

졸리지 않은 거라면 괜찮은 편이다. 머리가 맑으면 남이 자는 시간도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사야의 경우 졸음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게 깨지 않는 것이다.

졸린데 잠이 안 든다. 최악이다.

생각나는 방법은 전부 시도했다. 잘 먹고 잔다. 몸이 따끈해지게 목욕 하고 잔다. 스트레칭 하고 잔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운동 하고 잔다. 이불을 바꿨다. 베개도 바꿨다. 자는 곳을 바꿨다. 아침점심저녁 시간대도 바꿔 봤다. 숙면용 최면 음성까지 써 봤다. 수면 클리닉에서 카운슬링도 받아 봤다. 수면유도제까지 먹어 봤다.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무조건 자고 싶다, 사야는 한 순간이라도 의식을 잃고 싶다는 절실한 욕구를 안은 채 며칠 째고 할 것 없이 몽롱하게 깨 있다.

덕분에 성적이 최하위라 학교건 집이건 거북하다. 눈 밑에는 진한 다크서클이 생겨서 없어질 생각을 안 하고, 미간의 주름 탓에 눈매가 사납다. 늘 짜증이 나 있어서 누가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도 못 하는지라 반 친구들이 피하게 돼 버렸다. 옆에서 보면 끽해봐야 멍청한 유사 양아치쯤 되겠지.

마침내 종소리가 수업의 끝을 알렸다.

교사가 나가고, 교실에 학생들의 요란함이 들어찬다. 아무도 사야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다음은 6교시 수학, 그것만 끝나면 집에 갈 수 있는데──.

──여기 있을 의미가 있긴 한 걸까.

1학년까진 썩 싫어하지 않았던 수학이지만 지금 상태로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어렵다. 실제로 불면 상태가 되고서부터 수학 수업은 가만히 앉아서 의미 불명의 수식을 구경하는 시간으로 전락한 상태다. 굳이 따지자면 다른 수업도 대체로 그렇지만.

사야는 의자를 빼고 일어섰다.

휘청대며 교실을 나서는 사야를 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음 수업을 빼먹어도 곤란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야는 일찍부터 아무도 불면이라는 고민을 썩 심각하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 당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조만간 잘 수 있을 거야, 그런 무책임한 발림 말을 듣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잔소리를 들을 때조차 있었다. 하지만 주위가 몰라준다고 분노할 단계조차, 사야는 넘어선 상태다.

자고 싶다. 그저, 오직 자고 싶다.

잘 수 없다면 적어도 눕고 싶다.

쉬는 시간의 요란스런 복도를 휘청휘청 걸어간 사야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1층은 어두컴컴하고 인기척이 없었다.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상을 마주하고 있던 양호 교사가 고개를 들었다.

"호카게 양."

"좀 쉬고 가도 될까요."

"혹시, 아직도 안 자 져?"

"하나도……"

양호 교사는 일어나서 커튼으로 나뉜 침대 쪽으로 사야를 데려 갔다.

"자 이 침대에 누워. 조금이라도 편해지면 좋겠는데."

사야는 중얼중얼 감사인사를 내뱉고 두 개 있는 침대중 한 쪽에 앉아 실내화를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

"언제든지 와도 돼."

그리 말하며 양호 교사는 침대쪽 형광등을 끈 후 자기 자리에 갔다.

양호 교사는 이 학교에서 사야의 불면 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몇 없는 사람이었다. 언제든 와도 된다는 말은 고마웠지만 사야는 양호실에 드나들기를 최대한 자제했다. 이처럼 양호실에 와 봤자 어차피 잘 수 없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

이불의 따스함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쉰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

잘 수 없다.

뒤척인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가 의식 위에 올라선다. 칙, 칙, 칙, 칙,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초침 숫자를 세 본다.

1, 2, 3, 4……,

……………………,

565, 566, 567……,

커튼 저편에서 양호 교사는 뭔가를 쓰던 손을 멈췄다. 등받이가 삐걱인다. 기지개를 켠 듯 한 기척. 후우 하고 내쉬는, 숨 소리인지 목소리인지 모를 소리.

의자 바퀴를 움직이며 양호 교사가 일어섰다.

또각 또각 힐을 울리며 멀어지고, 양호실 미닫이문이 밀려서 열렸다 다시 꼭 닫혔다.

발소리가 복도에서 멀어져간다.

아무 인기척도 없는 양호실이 고요해진다.

역시, 잘 수 없다.

위를 보고 눈을 떴다.

불이 꺼진 어슴푸레한 천장을 보고 있자니 점점 괴로움이 커졌다.

이 흐릿한 괴로움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혹시 평생 이런 걸까.

잠들 수 없다는 고민을 얘기하면 곧잘 듣는 위로가 있다.

말하길, '잠 못 자서 죽은 사람은 없다'.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사야는 일단 직접 찾아 봤다. 정말로 잠을 못 자서 죽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실제로는 있었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라는 병으로, 완전히 불면 상태가 된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죽는다는 사례가 발견 됐다. 하지만 이건 상당히 희귀한 경우인데다 유전병이었다. 부모님에게 여쭤 봤지만 친가 외가 가릴 것 없이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몇 년째 잠을 안 잔다는 이야기는 여러 개 보였지만 정보의 출처가 의심스런 광고 사이트거나 해외 뉴스 번역인지라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파악을 할 수 없었다.

한 편으로, 사람을 못 자게 만드는 고문이 많은 나라에서 실용화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치가 개발한 단면斷眠법, 미국 CIA가 중동에서 효과적으로 쓴 180시간 단면, 중국 당국이 위그루족 구류자*에게 행한 15분 간격 수면 중단…… 이런 문헌에서는 희생자의 심신에 이상이 생겨났다고 적혀 있었다.

희생자를 동정하면서도 사야는 생각했다── 그럼, 지금의 나는, 24시간 고문당하는 것과 다름없는 게 아닐까.

나도 이상이 생겨날까.

아니 이미, 이상한 게 아닐까…….

겨우 잠을 못 잔다는 사실만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흐릿한 생각 한켠에서 부글부글 분노를 끓이는데, 복도 쪽에서 또 발소리가 다가왔다.

양호 교사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소리가 다르다. 구두 굽이 아니라 평평한 실내화 소리. 교사가 아니라 사야와 같은 학생인 모양이다.

타박타박 복도를 걸어 온 누군가가 노크도 없이 양호실 문을 드르륵 열었다. 양호 교사가 없는 게 보였는지 순간 걸음을 멈췄지만 나가지 않고 그대로 들어온다.

"흐아암."

얼빠진 듯 한 소녀의 하품 소리가 들렸다.

"……하흐. 졸려졸려."

혼잣말 소리가 다가오나 싶더니 갑자기 커튼이 걷혔다.

"헤."

깜짝 놀라야겠지만 얼빠진 반응밖에 할 수 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데 목소리의 주인이 몸을 던졌다.

"……으아?"

이불 위에 어쩐지 포근한 녀석이 엎드려 있었다.

곱슬 기를 띠고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이 마이 등에 펼쳐져 있었다. 사야보다 몸집이 작고, 두 다리 위에 몸을 얹었는데도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얘 뭐야."

그만 혼잣말이 나왔다. 웬종일 졸려서 언동이 제멋대로기에 생각한 게 그대로 입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저기, 잠깐만."

"응~? 음냐음."

나른하게 머리가 움직이고,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이 들여다보인다. 눈은 감고, 입가가 어쩐지 미소짓는 듯 보였다.

"저기. 야. 뭐야."

좀 거친 말투로 부르자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세요."

"어? 뭐라고?"

자세히 들으려고 고개를 가져다 댄 사야의 귀에 속삭임이 흘러들어 왔다.


"────안녕히 주무세요."


어찔, 시야가 흔들린다.

머릿속에 소용돌이가 생겨난 듯 한 느낌이었다.

두개골 안을 그득히 채운 졸음 웅덩이에 갑작스런 흐름이 생겨났다. 마치 물이 가득 찬 댐이 갑작스레 터진 듯, 혹은 욕조 마개를 뺀 듯.

"어, 어, 어."

혼란에 빠질 여유조차 없었다. 의식이 졸음의 탁류에 내던져지고, 시커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간ㄷ다.

"뭐야, 싫어, 무서워──"

갑작스런 감각에 공포가 복받쳤지만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순식간에 의식이 어둠에 먹혀들어간다.

──아, 이건.

잊고 있었다.

사야는 이것을, 알고 있다.

오랜 만에 느끼는 이 느낌──.

잠/이/다.






고향을 나서고 오랜 만에 보는 길을 걷고 있자니 여기저기에 노란 컬러콘*이 세워진 게 거슬렸다. 몇 번이고 발에 채이니 짜증이 나서 이게 뭐냐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묻자, 그 사람이 혀를 차며 나를 노려본다.

"허구헌 날 그런 소리나 하니까 넌 글러먹은 거야. 무슨 속셈으로 돌아왔는지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 쏘아내곤 혀를 차며 떠나간다.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서 울고 말았다.

저 사람 말이 맞다. 역시 돌아와선 안 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같이 걷던 애인은 그리 말하고 까치발로 내 뺨의 눈물을 닦아 준다.

"수수가 나오니까. 여기 있는 건 전부 묘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컬러콘에는 전부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곧 올 거야. 준비 됐어?"

수수를 쓰러트리는 방법이라면 잘 알고 있으니 나는 끄덕인다. 애인은 만족스레 웃고 내게 키스하려 한다. 그 뒤에서 옆구리에 나란히 달린 여러 다리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수수다! 나는 녀석을 가리키고 경고하려고 입을 연다──.






"헉……"

갑자기 의식이 돌아온 사야는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한동안 파악이 안 된다.

어슴푸레한 양호실 천장을 멍하니 올려보는 동안에 조금씩 이해가 따라붙는다.

"……잤, 어?"

잤다. 게다가 꿈까지 꿨다.

대체 며칠 만일까. 다시는 찾아오지 않으리라고 포기했던 잠이 다시금 사야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잤어. 잠들었어."

옆을 보자 애인이 어느 샌가 사야 곁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무사한 걸 확인 한 사야는 한숨을 폭 쉰다.

"다행이다…… 안 늦었어."

수수에게 공격을 받았다면 무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숨소리를 색색 내는 편안한 표정을 바라보자니 사랑스러움과 안도가 솟구쳤다.

사야는 애인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고, 살짝 열린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부드러운 감촉과 달콤한 향기에 취한다.

아, 맞아. 이 느낌이야.

…………………….

"……어?"

이 느낌?

이 느낌이 뭐지?

사야는 눈을 깜빡이고선 방금 키스한 애인을 다시금 쳐다봤다.

보드라운 곱슬머리에,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소녀.

"…………어"

어어~~~~엇!?

사야는 침대 위에서 펄쩍 뛴다.

이, 이거 누구야!?

애인? 왜? 꿈속에선 완전히 그렇게 생각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느껴졌는데, 냉정히 생각해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패닉에 빠져 굳어 있는데 '애인'이 눈을 떴다.

"웅……"

엎드려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멍한 시선으로 사야를 본다. 어두침침한 곳에서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나 보였다. 사람의 모양을 한 짐승이 그 곳에 있는 느낌에 사야는 자기도 모르게 침대 위에서 물러나려 했다.

뒤에 짚으려 한 손이 허공을 가르고, 사야는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오아, 따."

등을 부딪혀 숨이 막힌 사야를 침대 위의 연인이 들여다본다.

"──괜찮아?"

사야는 대답할 수 없다. 땡그라니 뜬 눈으로 올려다볼 뿐이다. 아까 느낀 만족감이 무서웠다. 모르는 사람을, 하필이면 애인이라고 생각한 게 더할 나위 없이 무섭다.

"저기."

'애인'이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뭔가를 알아챈 듯 멈췄다. 고개를 숙이고 오른 손을 들어 입술을 만지고, 고개를 갸웃── 다시금 사야를 쳐다봤다.

"너, 방그──"

"미, 미안."

사야는 말을 끊듯 소리를 지르고 발을 미끄러트리면서 일어섰다.

"앗, 잠깐만!"

부름을 무시하고 등을 돌려 커튼을 걷고 침대에서 멀어진다. 발버둥 치듯 다리를 움직여 실내를 가로지르고, 힘차게 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이미 방과 후였다. 희미하게 남은 저녁놀이 간신히 물들이는 복도를 달리고, 신발장에서 발 신발에 마구잡이로 구겨 넣은 사야는 학교에서 도망쳤다.




구류: 죄인을 경찰서, 유치장 등에 가두어두는 일.


컬러콘: 도로 위에 설치되는 원뿔형 구조물로 공사중 등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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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편집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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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14/05/20

저번에 아침에 쓰레기 버리고 오는데(일본 쓰레기 회수 시간은 아침. 그래서 버리는 시간도 아침이다;역주) 집 앞 공터에서 새끼 원숭이같은 걸 봤어. 처음엔 알몸 아저씬줄 알고 쫄았는데 키가 작았으니 아니었을 거야.


숨어서 보니 새끼 원숭이는 공터 땅을 한동안 파고 있다가 갑자기 내 쪽을 봤어. 아직 어둑어둑해서 얼굴은 못 알아봤는데 날 보고있다는 느낌이 확 와서 등골이 오싹했어.


새끼원숭이는 판 땅으르 가리키며 뭐라고 웅얼웅얼 얘기했는데, 거리가 좀 있었는데도 귓가에서 들리는 것처럼 이상한 목소리였어.


잘 못 알아 들었는데 '운이 좋았으니 주마'같은 내용이었을거야. 그리곤 엄청난 속도로 공터 담을 박차고 사라졌어.


완전히 날이 새고 땅을 다시 파 봤더니 이가 몇 개 묻혀 있었어. 일단 준다고 해서 챙겨놨는데 어떡하냐 ㅋㅋ



6: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13:10:39.14ID:m4aCJb470.net


이는 이게 다야.


사진으로 보면 잘 안 보일텐데 크기가 새끼손가락 마디 끝만 하니까 소형 동물 이빨일지도.



7: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15:24:12.97ID:Wo+2QzDV0.net

>>6

올려줘서 ㄳ, 잘 봤음.


이런 건 현 자연박물관 같은 데에 문의해서 감정하는 게 좋을 듯. 그대로 가져가라고 해도 되고.


'원숭이가 묻던 걸 보고 나중에 파 봤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어떨까.


그리고 자세히 얘기해달라고 하면 사실을 얘기 하고. 어찌 됐든 희한한 체험이네.



8: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17:15:33.62ID:m4aCJb470.net

>>7

감사합니다.


지인중에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 봐 줄 수 있을지 물어볼게요.



9: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18:00:16.28ID:TdhRMCU2O.net

씻었어? 묻힌 걸 파 낸 거 치곤 흙이 없네.



10: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19:07:54.77ID:m4aCJb470.net

>>9

씻었는데 애초부터 흙은 별로 안 묻어있었어.



11: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2014/05/20(火)19:20:44.07ID:EJ60OQ+h9

사람 젖니로 보이는데.



14: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22:20:42.26ID:gexvRSZF0.net

>>8

괜찮으면 조사한 결과도 가르쳐 줘. 궁금하네!



15: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23:13:16.37ID:GeFQNilE0.net

윗니가 빠지면 마당에 묻는 풍습이 있긴 한데 사람 이 같진 않네.

(빠진 유치 중 윗니는 마루 밑에, 아랫니를 지붕에 던지는 풍습이 있다. 먼저 빠진 이에게 영구치가 올바르게 자라게 해 달라는 기원; 역주)



16: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2014/05/20(火)23:47:43.87ID:EJ60OQ+h9

정체 모를 이빨을 어떻게 들고 왔냐



13: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0(火)20:33:53.95ID:RsrmR55W0.net(1)

>>3

참고로 지금까지 희한한 체험 해 본 적 있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식인가?



19: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1(水)12:44:54.57ID:uhaFMOHO0.net

산누키카노 생각난다



25: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2(木)23:32:35.21ID:y49cLTUF0.net

>>3인데 감정 받았어.


사람 이인 건 바로 알았는데 일단 연대같은 것도 이래저래 알아봐 준대.


>>13

영감같은 건 살면서 한 번도 없었습니다.


>>19

이 얘기 흐름대로 가면 할머니가 오나?


이를 감정하긴 했는데 돌아오기 전에 할머니가 오면 어떡해? 죽어? 다른 얘기에서 이 받고 며칠쯤 있다가 할머니가 오더라?



36: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5/23(金)21:43:00.12ID:aIK7sEd/0.net

송곳니같은 건 꽤 심하게 충치 먹은 어금니같아. 뾰족한 부분이 뿌리 아냐?


아랫니가 빠지면 옥상에, 윗니가 빠지면 처마 밑에 묻는다는 옛날 풍습이 있긴 한데 그건 보통 유치가 빠졌을 때 하는 거란 말이지.


영구치같이 생긴 게 묻힌 게 뭔가 재수 없네.



↑작성 날짜 05/22 ~ 05/23

↓작성 날짜 06/08


191:本当にあった怖い名無し@\(^o^)/:2014/06/08(日)21:20:42.74ID:XTgPHPtC0.net

검사해봤더니 반 년쯤 지난 사람 치아였어.


이를 돌려받은 날에 할머니가 왔어. 산누키카노 같은 할머니는 아니었는데 트라우마 될 만큼 무서웠어.


꿈인지 현실인지 나도 모르겠는데 이를 가져갔니 아마 현실이겠지. 세상에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싶은 귀중한 체험이었는데 다시는 겪기 싫어.


저주가 있는 지는 모르겠는데 할머니 얘기를 써 둘게. 본인 책임으로 읽어줘.



저녁에 내 방에 누워 있는데 창문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났어. 닫아뒀던 커튼을 열었더니 창밖에 낯선 할머니가 있었어.


내 방은 2층이라 비명을 지르곤 꼼짝도 못 했어.


할머니는 새빨간 기모노를 입었는데, 언뜻 보면 사람 같지만 눈초리가 특이했어. 번득거린다고 해야 하나, 당장이라도 덮쳐들어올 것 같은 눈빛이었어.


할머니가 다시 창문을 똑똑 두드리길래 나는 문을 열라는 소린가 싶었어. 당연히 창문은 안 열고 한동안 눈싸움을 했더니 할머니가 옆으로 슥 움직였어.


처음엔 안심했는데 직후에 옆에 있는 창고방도 창문이 있던 게 생각났어. 서둘러서 잠긴 지 보려고 방에서 나서려고 했는데 옆 방에서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나는 할머니가 들어온 걸 확신하고 이젠 내 방 창문으로 도망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냉큼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어.


그런데 창문을 열자 마자 할머니가 옆에서 내 손목을 잡고, '걸렸구나' 한 마디. 그 때 기절했어.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어. 내 방에서 기절한 채 이틀이나 눈을 못 떴대.


뇌 검사같은 걸 하고 다음 날 퇴원했는데, 집에 왔더니 챙겨둔 이가 사라졌었어. 가족한테도 이 얘기는 안 한데다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어.


참지 못하고 곧잘 보시하던 근처 절에서 할머니 얘기를 해 봤는데 스님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일단 액막이 경을 읊어줬어.


스님은 어째선지 그 다음 날에 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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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쯤 전 일인데 마당에서 원숭이를 봤다.

근데 진짜 원숭이가 아니라 원숭이랑 사람의 중간쯤 되는 무언가.

이른 아침인지라 처음엔 꿈 꾼 줄 알았는데 대충 세수하고 다시 보니 진짜 있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그대로 쓰러질 뻔했는데 원숭이랑 눈이 마주쳐버렸다.

원숭이는 슬쩍 웃더니 내 근처에 뭔가를 두며 말 했다.

유리 너머인데다 원숭이는 입을 벙긋대기만 했지만

텔레파시같은 느낌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이해가 됐다.

'산누키카노(?)'라는 것이 올 테니 오면 이걸 보여라.

직접 뽑았다고 하면 상대도 줄 테니 받은 건 마당에 묻어 버려라'

원숭이는 그러더니 잽싸게 담벼락을 넘어 갔다.

밖에 나가서 확인해 보니 원숭이가 뭔가를 두고 간 곳에 이가 떨어져 있었다.

인간의 이 같다(아마 어금니).


일단 지금도 보관은 해 뒀는데……뭐가 올지 무서워서 잠도 못 자겠다.



728 :665


또 받았다.

묻었다.



730


>>728 

산누키카노는 어떤 거였어?



731 :665


>>730 

사람이었어, 아마.

창문 너머로 얘기한 것 뿐인데 아직도 무서워.

산누키가 성이고 카노가 이름 아닐까.

그냥 할머니였어.


732


>>731 

만나게 된 상황을 자세히



736 :665


>>732 

낮잠을 자는데 할머니가 밖에 서 있었어. 원숭이랑 똑같이 마당에.

시골이라서 근처 사람들이 정원으로 올 때가 있긴 한데

그 사람은 척 봐도 낯선 사람인데다 옷도 고급스런 기모노였어.

잠이 덜 깨서 멍하니 있는데 할머니가 창문을 똑똑 두들겼어.

열어달라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나는 그 때 일어났어.

"누구세요?"라고 물었더니'산누키카노라 합니다'래.

할머니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어.

그런데 서랍에 넣어둔 이를 꺼내서 보여주자 분위기가 바뀌었어.

"어찌 된 일입니까?"

"빼 왔습니다."

"정말로?"

"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더니 할머니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어.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발치에 뒀어.

놔둘 때 좀 구부정하게 숙였는데 그 자세 그대로

내 눈 앞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어.

밖에 아무도 없어서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마당에 나왔더니 역시나 이가 하나 있어서 씻고 사진을 찍어뒀어.

어두우면 무서워지니까 저녁 좀 전에 마당 빈 데다 두 개 다 묻었어.



741


>>736 

사람 아니네 ㅋㅋㅋ

근데 좀 궁금해지긴 한다야

괜찮으면 어느 지방인지만이라도 가르쳐 줘



749


>>736 

의문 투성이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네.

산누키면 佐貫(사누키)를 읽은 건가? 원숭이랑 할머니 정체가 궁금하네.

누구 아는 사람 없나.

구부정하게 숙인 채로 고속이동하는 건 예상을 넘어도 너무 넘어서 뿜었음 ㅋㅋ



751


산누키가 아니라 산노키 아니었을까?

엄마 고향에서 아이가 떼를 쓰면

노인들이 '산누키가 와서 잡아간다'고 겁줬던 게 생각나서.



753 :665


>>741>>749>>751 

지방은 토호쿠(東北). 

이제 완전 끝나긴 했을 텐데 신경이 안 쓰이냐면 거짓말이지.

지방 역사관같은 데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없나봐.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이상한 금기같은 거였으면 것도 싫고……

너무 파헤치기보단 아무 일도 없기만 기도할래.

그런데 이른 아침에 부모님이 마당에서 죽은 참새를 봤대. 이를 묻은 곳 근처에서.

벌써 버려서 찍진 못했어.

뭐 찍으려고 했어도 틀림없이 말리셨겠지만.



766


>751쓴 사람인데.

어렸을 때 노인들한테 들은 얘기라 기억은 잘 안나는데

산노키라는 요괴? 오니같은 게 있어서 큰 소리로 우는 아이가 있으면 듣고 찾아온대.

오기 전에 울음을 그치면 다행이고, 안 그치면 표식을 남겨.

밤이 되면 산노키는 표식을 더듬어 와서 아이를 납치하려 한대.

문단속을 잘 하면 괜찮지만 창문이나 문이 열려있으면 잡혀가니까 조심할 것. 이래.

납치를 안 해도 표식이 있으면 병에 걸리니 뭐니 하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아.

동네 청소할 때 이를 물어봤었어.

할머니 이름이 휘라서. 

'남한테 얘기하면 불행이 퍼져가니 말하지 마'라고도 했고.

원숭이나 할머니가 뭔지는 자세히 모르겠어.


그래도 옛날엔 죽은 사람의 이를 하나 뽑아서 부적으로 삼는 습관이 있었대.

어디든 그런 건 아니었고 지금은 이어지지 않지만.

아마 원숭이는 조상님이나 다른 누군가의 사자(使者)였고 할머니한테서 지켜준 게 아닐까.


아줌마한테 '벌써 이름을 얘기 했어요'라고 했더니

'부적을 줄 테니 이름을 거꾸로 읊고 기원하면 액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어.



휘: 한자권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고인의 생전 이름을 부르지 않기 위해 따로 붙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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