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포털 사이트엔 스트리트 뷰라는 기능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씌워져 있다. 만약 모자이크가 안 씌워진 사람이 있다면 조심하는게 좋을 것이다.


이건 내가 실제로 체험한 이야기다.


일이 늦게 끝나서 자정까지 회사에 나만 남아 있었다. 내일 갈 현장만 보고 집에 가려고 스트리트 뷰 기능을 켰다. 주소를 입력하고 근처 길을 둘러보려고 버튼을 눌렀더니 어째선지 조금 떨어진 곳이 나왔다. 

대로변 횡단보도였다. 거기에 모자이크가 씌워지지 않은 여자가 보였다. 거리가 약간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뭔가 이상했다. 묘하게 흰 낯빛에 고개를 기울이고서 괴상한 자세를 잡고 있었다. 마치 실로 달아맨 인형같았다.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었다. 무섭기도 하고 더 이상 봐선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그 무서움을 이겼다. 한 칸 더 다가갔다. 여자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보지 말걸 싶은 후회가 솟구쳤다.

고개를 기울인게 아니었다. 제대로 부러진데다 목 위로는 정 반대로 돌아간 상태다. 마치 나를 노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화면 속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여자의 입가가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모니터가 새카매졌다. 새카만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쳐 보였다. 나 뿐이었다...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리면 내 뒤에 여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일것 같아서 계속 새카만 화면만 쳐다봤다. 눈도 깜빡여선 안될것 같았다. 화면 속 나와 눈싸움 하는 내내 심장이 끊임없이 뛰었다. 아마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갑자기 컴퓨터 화면이 켜졌다. 브라우져는 꺼져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금 전까지 일어난게 현실이었는지 환각이었지 분간이 안됐다. 담배를 끄고 회사를 나섰다.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까 본 여자 얼굴이 계속 생각나서 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이며 잠을 청하다 어느순간 깼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눌려보는 가위다. 어떡해야하나 생각하는데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들렸다. 혼자 사는 사람 집인데 누가 마음대로 올 리가 없다.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꼼짝도 못하고 눈도 뜰 수가 없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침실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나를 향해 누군가 온다. 등 뒤로 느껴지는 기척. 쥐어 짜내듯이 씨익씨익 하는 숨소리만 들렸다. 숨소리는 점점 명확하게 들렸다. 바로 곁에 있는게 느껴졌다.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댔다. 뭔가 이래저래 생각한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질 않을만큼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미적지근한 바람이 뺨에 닿는 걸 느끼는 순간


"아파"


쉰 여자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몸이 움찔 하고 움직여지는 것과 동시에 기척도 사라졌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심장박동이 진정되질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못버티겠다 싶어서 전등과 텔레비전을 켰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침을 맞았다. 준비를 하고 현장으로 나섰다.

작업은 별 일 없이 진행됐다. 쉬는시간이 돼서 커피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가는 중에 어제 스트리트 뷰에서 본 곳을 지나쳤다. 그곳에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월 ○일 자정무렵 뺑소니 사건이 일어났고, 그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스트리트 뷰에서 여자를 봤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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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무렵 이야기다.

내가 근무하는 부서에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 입사 시즌은 아니었지만. 잘 꾸미고 다니는 안경 청년이었다.

내가 사수를 맡게 됐는데, 일을 굉장히 잘 배웠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잘했다. 부서 사람들이 다들 야, 쓸만한 놈이 왔네 하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신입사원이 입사한지 1주일 지난 월요일, 몸이 안좋아서 쉰다고 연락했다. 올해는 굉장히 추웠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신경도 안썼다. 하지만 그 후로 매주 월요일이면 회사에 나오질 않았다. 4주 연속이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장염 때문에', '감기가' 같은 소릴 하며 넘겼다. 젊은데다 막 자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해서 '혹시 신나서 주말마다 논다고 못 일어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월요병이야?'라고 물어봤지만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할 뿐이었다.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다음번에는 진단서 떼 오라고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다음주 월요일에도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대충 이유가 짐작이 갔다. 월요일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던 것이다. 


여자 때문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애인이라곤 기미도 없이 보냈는데 신입이 회사까지 쉬고 여자랑 논다 이거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 반 이상은 질투였지만.


게다가 이번에는 무단결근이었다. 상사도 이번에는 신입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나에게 자취방에 가 보라고 했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데로 갔다. 그렇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질 않았다. 전화도 안받았다. 그럴 만도 하지. 대낮이니 여자랑 놀러간게 틀림없다. 그리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문득 손잡이를 잡으니 돌아갔다.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봤지만 대낮부터 커튼을 닫아놨는지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보였다.


안쪽에다 "○○~ 안에 있냐? 그렇게 아파?"라고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혹시 '그냥 안온 게 아니라 진짜로 몸이 안좋아서 연락을 못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번엔 토일월에 걸쳐 안 왔으니 어쩌면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과하면서 방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불을 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여자가 코타츠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으악! 하면서 펄쩍 뛰었지만 자세히 보니 인형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인형인줄 모를만큼 잘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등신대 여자 인형이 있는 것부터 이상한 얘기지만 코타츠 위는 더욱 이상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치킨, 그 외의 요리와 와인잔. 마치 애인과 파티라도 한 것 같았다. 이상한 성벽이라도 가지고 있나 싶어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 때 문이 열렸다. 녀석이었다. 신입이 거기 서 있었다.


"카에데~ 나 왔어~"


확신이 들었다. 이녀석은 상태가 안좋다고. 이상한 성벽 정도가 아니라는 걸.


"…. 선배, 뭐 하십니까?"


회사에선 본 적 없는 엄청 차가운 눈빛으로 신입이 나를 노려봤다.


보자 마자 한 방 때려야겠다 하는 생각이 저 멀리 사라졌다.


"아, 아니, 네가 회사에 안 오길래 걱정돼서…"


"카에데가 감기에 걸렸어요. 지금 전화하려던 참입니다."


"카, 카에데…? 여, 여자친구가 예쁘네…"


화나게 만들면 위험하다. 어떻게든 맞장구를 쳐주면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남의 집에 막 들어오는게 말이 됩니까? 혹시 그런 거예요? 제가 없는 틈을 타서 카에데한테 이상한 짓을 하려고?"


"아, 아냐. 이… 그럴 리가 없잖아…"


'인형한테'라는 말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거짓말…. 너도 나한테서 카에데를 빼앗을 셈이지…"


뒤로 휙 돌더니 부엌으로 간 신입사원. 아. 좆됐다. 2층이고 뭐고 나는 베란다를 열고 뛰어내렸다.


"어딜 가아아아! 죽여버린다! 카에데를 뺏어가는 새끼는 씨팔 죽여버릴 거라고오오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목소리로 신입이 소리치는게 들렸다.


"거기 서! 죽여버린다아아!!'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요!' 소리 지르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촌동네인 게 최악이었다.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진짜 죽는 거 아닌가 하면서 20분 정도 달렸다. 정확히 얼만지도 모른다. 전화벨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상사에게 온 전화였다. 뒤를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전화를 받았다.


'신입이 경찰에 잡혔다는데 무슨 일인가?'라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식칼을 들고 있다가 순찰중인 경찰한테 잡혔다고 한다. (내 이름)죽인다 죽여버린다 하길래 경찰도 놀라서 연행했다고 한다.


그 후에 데리러 온 상사와 함께 신입의 집에 신발을 가지러 갔다가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서 경위를 설명한 다음 신입이 입원하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 정신병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신입은 해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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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소문

번역 괴담 2015. 12. 23. 22:56

12, 3년쯤 전에 에이즈 환자가 처음으로 주목되기 시작했을 무렵 모 현의 병원에 에이즈 환자가 입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에는 환자 수도 적고 나랑 상관 없는 얘기다 싶어서 아무 신경도 안썼다.


그리고 반년쯤 지난 어느날, 여자친구랑 모 현에 드라이브를 갔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찍 돌아오게 됐다. 오는 중에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오늘 새벽 모 현 병원에서 에이즈 환자인 여성 두 명이 병원을 빠져나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다면 한시라도 빨리 돌아와 주세요. 치료법은 반드시 발견될 거예요.' 라는 방송이 나왔다.


에이 나랑은 상관 없는 얘기네 하고 서두르는데 현의 경계에 있는, 유령으로 유명한 그 터널을 지나온 직후 두 여자가 우산 하나를 쓰고 호우 속을 걷고 있었다. (걸어서 가기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 후로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 지방에


그 유명한 


[Welcome to AIDS]가


떠돌이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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