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얘기예요. 일요일이요.
토쿠이와 요시오카, 저 셋이서 스마 해안에 놀러 갔어요.
그리 먼 데 사는게 아니라 자전거로 갔어요.
해안행 버스 정류장 옆길을 내려가는데 폭주족같은 사람 넷이 오토바이를 세워놨었어요.
피해가면 오히려 시비 걸 것 같아서 관심 없는 척 "어제 게임 하는데~" 하고 일부러 얘기를 하며 지나치려고 했어요.
798 : 2 04/07/14 08:26 ID:Bbq5U+//
그런데 제 자전거 뒷 부분이 개조한 부품 같은데 드득거리며 긁혔어요.
큰일이다 싶긴 했는데 모르는 눈치라 그냥 가려고 했더니
"마 니 있어봐라 넘의 오토바이에 뭣허는짓이고 그냥 갈끼가!" 라며 둘러쌌어요.
그러자 양아치중 하나가 "야 이 새끼 깡 좋네! 우리가 하나도 안 무섭다 이기제!" 라면서 어깨동무를 했어요.
저는 "아이요, 무섭습니다 행님 겁나 쎄보여가지고 무서버가 벌벌 떨립니다." 라고 입발린 말을 했어요.
그러자 한 명이 갑자기 오토바이에 타더니 토쿠이의 팔을 잡았어요.
"마 자전거 빠르게 해주께." 그리곤 자전거에서 안 내린 토쿠이의 팔을 끌고 오토바이를 내달렸어요.
800 : 3 04/07/14 08:31 ID:Bbq5U+//
토쿠이는 "좀 봐주입쇼, 제가 안 했다 아입니꺼." 라고 했지만 오토바이는 엄청난 속도로 달렸어요.
자전거도 빨라졌지만 도중에 토쿠이가 자전거에서 떨어졌어요.
도로 정중앙 단차 부분에 다리를 부딛혀서 오른발가락이 전부 걸레짝이 됐어요.
"아악~ 아이고~ 내는 아무 상관 없는데 아악." 토쿠이는 울었지만 양아치는 "백 투 더 퓨처같네" 라며 죽어라고 웃었어요.
저는 양아치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같지도 않은 소릴 했어요.
"우와~ 행님들 스턴트맨같습니더, 오토바이 있으면 저래 할 수 있네요. 저도 면허 따야겠습니다. 오토바이 타면 기분 좋습니꺼?"
양아치는 히쭉대며 "다음 점마다." 더니 요시오카를 붙잡았어요.
801 : 4 04/07/14 08:35 ID:Bbq5U+//
그러더니 갑자기 제 등을 걷어차서 넘어졌어요.
"이새끼 아주 신이 났네!" 저를 쓰러트린 양아치는 그대로 유도 기술을 걸었어요.
저는 아파서 울며 돌을 잡았다가 놨어요.
"스마 월드컵 개최식이다." 양아치는 제 머리를 찼어요.
전봇대에 몇 번씩 머리를 부딛힌 요시오카는 저항도 못 하고 울었어요.
토쿠이는 발을 잡고 움직이질 않았어요.
"이 새끼들 깡이 없네."
양아치는 마구 웃어대면서 저를 계속 찼어요.
그 때 차가 한 대 섰어요.
802 : 5 04/07/14 08:39 ID:Bbq5U+//
차에서 한 남자가 내렸어요. 서른 쯤 돼 보이는.
양아치들은 신이 나서 인사했어요.
"XX행님, 오셨슴까!"
"임마들아 스마카이 해안의 왕 XX행님 오셨다~"
양아치들은 큰 소리로 떠들며 쓰러진 토쿠이를 힘껏 걷어찼어요.
"아악~ 아악~"
토쿠이는 엄청나게 비명을 질러댔어요.
"야야 뭔일이고? 길바닥에서 자나? 차로 쥑여 달라고?"
XX은 토쿠이를 밟았어요. 토쿠이는 갑자기 꿈틀대더니 꼼짝도 안 했어요.
"야 임마 죽었다!"
XX은 차에 가면서 양아치들에게 "이 새끼들 살인 했네~ 클났다~" 라더니 차를 출발시켰어요.
803 : 6 04/07/14 08:41 ID:Bbq5U+//
양아치들은 토쿠이에게 가더니 "으엑" 같은 소릴 하나 싶더니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어요.
저는 얼굴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누워 있었어요. 요시오카는 풀숲에 쭈그려 있었고 토쿠이는 도로에서 꼼짝도 안하는 상태로 10분정도가 지났어요.
805 : 7 04/07/14 08:48 ID:Bbq5U+//
어둠 속에서 가만 있다가 덜컥 겁이 나서 "야 도쿠이!"라고 불렀어요.
도쿠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때 해안에서 쿵 소리가 났어요.
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안~~~~명~~~~지~~~" 라고 하는 듯한 독경같은 게 들리곤 어두운 데서 온 몸이 녹색인 어린애가 달려왔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어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엄청 작고 녹색인 어린애가 달려왔데이.
그러더니 엄청ㄴ게 큰 소리로 "정~~~~~매~~~~~신~~~~~~"
어린애가 외치고 요시오카는 울음을 터트렸어요.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을 뜨자 도로 저편의 가로등 밑에 사람이 한가득 있었어요. 얼굴은 외계인의 그것이었다.
807 : 8 04/07/14 08:52 ID:Bbq5U+//
외계인같은 게 전부 "아~~~아~~~~아~~~!!!" 라고 외치더니 토쿠이에게 달려갔어요. 외계인은 전부 울기 시작했어요.
무서워진 저는 자전거를 타고 도망갔어요.
나중에 요시오카에게 전화가 걸려와서 공원 언덕 앞 편의점에서 만났어요.
다음 날 토쿠이는 결국 죽었지만
외계인이 "유우키~~~~~~!!"라며 우는 목소리가 무서웠어요.
토쿠이의 풀네임이 토쿠이 유우키인데, 이름을 알고 있어서 엄청 겁먹었어요.
대체 뭐였을까요.
810 :8:04/07/14 08:59 ID:Bbq5U+//
이런 느낌 이었는데, 죄송해요 잘 모르겠죠.
811 :당신 뒤에 무명 씨가…:04/07/14 09:03 ID:xbmVeaSl
무서운 게 신경 안 쓰일만큼 비참한 얘기네.
812 :8:04/07/14 09:05 ID:Bbq5U+//
그러게요, 오늘도 밥 다 먹으면 경찰서야 가야 하거든요.
820 :당신 뒤에 무명 씨가…:04/07/14 09:51 ID:7EC2uH7s
8아(글쓴이의 닉네임) 여기 올릴 만한 게 아니잖냐.
아무리 읽어도 뒷맛이 찝찝한 얘기잖아?
일어나자 마자 기분 나쁜 거 봐
버렸잖냐……
드립인 걸 알아도 기분 잡친다.
822 :8:04/07/14 10:09 ID:p2kzAIaA
죄송해요, 어찌됐건, 무서웠어요.
밤이 되면 외계인도 토쿠이도 스마 해안에 ㅣㅆ어서, 특히 바다의 집 틈새 좁은 곳!!!!!
창문이란 창문은 신문으로 틀어막았어요!!! 제 방!!! 아는 겁니까!??_
집에서 해안이 보이니까요, 미쳐버릴 것 같아요, 상대방도 제 방이 보인다는 거 아녜요,
불이 켜진 걸 들키면 ㄲ장이예요 진짜. 니네한테 이런 소릴 해도 모르겠지만
바다의 집 있잖아 그거 부숴 주면 안 될까요, 벽 틈새의 좁은 곳에요, 어린 애가 있었있으니까요
대체 어떡해야 하죠.
830 :당신 뒤에 무명 씨가…:04/07/14 11:34 ID:IJsrLsmS
헛소리 하지 말고 장례식이나 가라
833 :8:04/07/14 11:53 ID:p2kzAIaA
장례식은요… 귀찮기도 하고 저 솔직히
토쿠이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고…
경찰한테 무슨 얘길 해도 아는 지 모르는지 완전 헛수고예요.
여기서만 하는 얘기지만, 오늘 밤에라도 바다의 집에 가 보려구요.
녀석들은 바다
835 :8:04/07/14 11:59 ID:p2kzAIaA
그거 압까, 한밤중의 원양은 굉장히 밝은 걸
야광충이나 오징어, 날치같은 게 밤의 원양에선 굉장히 밝게 빛나는데
그 빛이 정말 엄청나요!!! 별이 빛나는 하늘 같아요.
그래서 외계인이 바다에서 온 것도 이해가 되지 않나요. 녹색 어린애는 무섭지만.
외계인이 토쿠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저도 이용해주지 않을까요.
제 이름은 호죠 신이치인데 저 쪽은 의식해 줄까요. 그게 말이지요 참 이상한 얘기긴 한데
신이치를 어떻게 할 거예요
843 :스마 시민:04/07/14 12:12 ID:ZPEHuYok
아… 이거 동네에서 유명한 얘기네.
폭주족이 중학생을 린치한 사건.
나머지 한 명이 아직 행방불명이고 그게 호죠 군인데….
846 :당신 뒤에 무명 씨가…:04/07/14 12:14 ID:YyMRI1B8
>>스마 시민
뭔지 암! 스마 중학교 걔!!
847 :당신 뒤에 무명 씨가…:04/07/14 12:16 ID:e0mbRKDU
이게 사실이고 호죠 본인이라면
뭘 보러 어디에 갔고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850 :847:04/07/14 12:24 ID:e0mbRKDU
다시 읽어보니까 다른 식으로 찝찝하네….
외계인이랑 녹색 아이를 완전히 나눠서 인식하고, 거기다 외계인한테 호감이 있는 것처럼도 보여.
그리고 >>835 의 바다 이야기가 묘하게 리얼한 건 뭐지.
토쿠이의 장례식날 밤 바다의 집에 뭘 찾아 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