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싼 집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루코 이 사이트 알아? 지도에 사망사고 났던 집을 표시해준대."
저녁을 먹은 코스케가 보여줬다. 아까 트위터에서 본 것이라고 한다. 화면을 보니 지도상에 불꽃 마크가 점점이 있었다. 이게 사망사고를 나타내는 거고, 고독사, 사고사, 자살, 살인 등의 상세한 사항도 볼 수 있다.
"와 생각보다 많네."
"고독사같은 사건도 곧잘 있잖아."
"우리 동네는 괜찮아?"
"근처에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난 거 아냐?"
코스케가 웃으며 집주소를 입력했다. 입력 직후 웃음이 사라졌다.
"왜?"
코스케는 말없이 화면을 가리켰다. 지난주에 막 이사한 우리 집에 불꽃 마크가 붙어있었다.
2008년 5월
헤어진 전남편이 찾아와 20대 여성을 침실에서 칼로 살해. 직후에 전남편도 거실에서 목을 매 자살.
2010년 8월
20대 남성이 욕실에서 익사. 자살로 추정.
2015년 11월
40대 남성이 거실에서 목을 매 자살.
이 집에서만 4명이 죽었다. 부동산에선 한 마디도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찾아보니 내용은 다 사실 같았다. 이 집에서 끔찍한 동반자살이 일어났고 그 다음에도 2명이나 자살했다.
우리 부부는 굳이 따지자면 현실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집 안을 보면 상상을 하게 된다. 천장에 매달려 끽끽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다리. 바닥에 퍼지는 핏자국.
새 장판인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가장 마음 편할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코스케가 늦게 오는 날이 늘어났다. 집에 오기가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나는 홀로 남는다. 사소한 말다툼도 늘었다. 부정적인 마음이 악순환을 이뤄낸다.
오늘밤에도 혼자 누워있었다.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요즘 피곤한데도 잠이 안 드는 날이 많다. 새벽 2시를 넘어 겨우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구르
방구석에서 꼭 종이를 구기는 소리같은게 났다.
착각일까.
구르
구르
착각이 아니었다. 틀림없이 들렸다. 희미한 소리. 몇 십 초에 한 번씩 종이를 구기는 소리가 난다.
구르 구르 구르
구르 구르
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 이건 종이를 구기는 소리가 아니다. 잇새로 새 나오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다.
나는 천천히,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떴다.
방구석 어둠에 무릎을 끌어안은 여자가 있었다.
구르 구르 구르 구르
지금까지 들리던 종이 구기는 소리는 여자의 입술이 움직이자 단어가 됐다. 입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눈을 내리깐 여자가 방구석에서 '억울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때
"아얏."
복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퍼졌다.
"앗, 아야야야."
고통은 까득까득 조여 오듯 커졌다.
나도 모르게 배를 잡았다.
배가 아프다.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
먹었다.
굴을 먹었다.
코스케가 늦게 오는 날이면 홧김에 혼자 호화롭게 먹는 습관이 생겼었다.
오늘은 도매 업소에서 냉동 굴을 사다가 술과 함께 20개나 먹었다. 틀림없다. 그게 걸린 거다. 역시 싼 건 비지떡이다.
그리고 복통이 커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아프다고.
아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귀신이 있는 것이다.
여자는 변함없이 중얼대고 있었다.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배도 아프다. 무섭고 배도 아프다.
"끄윽."
둔통이 파도치듯 퍼져간다. 못 버티겠다.
몸을 말고 끙끙대도 통증은 나아지질 않았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 배가 아프다.
젠장~~~~
굴은 괜히 먹어가지고.
아야야야야야야.
아니.
코스케가 안 온 게 잘못 아냐?
나는 점점 짜증이 났다. 짜증내는 것 말곤 복통에 대항할 방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
살인사건 난 집에 나 혼자 내버려두고 술 먹으러 가는게 말이 돼?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아야야야. 아~~~~ 진짜,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화장실에 간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경험상 안다. 누워있어야만 하는 복통.
비지땀을 흘리며 방구석을 쳐다본다.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어쩐지 짜증이 났다. 유령한테도.
그 한 마디 말곤 모르는 것처럼 중얼중얼중얼…….
씨발년.
뒈져.
아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
왜.
아야야야야야.
왜 나만 이런 꼴이냐고.
살인난 집에 매여서.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닥쳐.
아~~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프다고~~~~~~~~~~
진짜~~~~~~~~~
아~~~~~~~~~.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시끄러~~~~~~~~~~
제발~~~~~~~~~
죽어라~~~~~~~~~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억울해, 억울해, 억……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진짜~~~~~~~~~~~~~~~~~~~~~~~~~~~~~~~~~~~~~~~~~~
…………
방구석에 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입술이 움직인다.
저기.
저희 둘 다.
참 힘드네요.
여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없어졌다……"
그렇게 놀랄 틈도 없이 나는 몸을 꼬았다.
배가 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
유령이 사라졌는데도 복통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뭐가 둘 다 힘들단 거야.
약을 먹자 좀 나아지긴 했지만 복통은 6시까지 이어졌다.
그 후로 잠 못 드는 날이 줄었다. 집에서 불길한 느낌이 줄어든 느낌도 살짝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복통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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