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일이다.
그 무렵 욕실 문은 세탁기 배수 호스가 걸려서 제대로 닫히질 않았다.
그런 욕실에서 한밤중에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봐 버린 것이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머리뿐인 여자.
일본 전통인형처럼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는 바닥으로 점점 떨어지더니
쿵
둔탁한 착지음에 반쯤 패닉에 빠진 채 샴푸 거품 범벅인 머리 그대로 세면장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소리낼 만한 것도 없었다.
이후 세탁기 위치를 바꿔서 문이 제대로 닫히도록 만들어 놓은 후부터 그 여자 머리를 보지 않게 됐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을 때 문 너머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도.
어서 이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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