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신기한 힘

번역 괴담 2017. 6. 14. 23:49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 겪은 신기한 일.


엄마는 동북쪽 시골 마을 출신이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아직 집집마다 전화가 없었고, 유일하게 좀 사는 엄마네 집에만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전화가 오면 부모님한테 불려서 그 사람을 부르러 가는 게 꼬마들이 할 일이었다.




어느날 밤 늦게 전화가 와서 조금 멀리 사는 의사를 부르러 가라고 했다.


당시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엄마는 초롱불을 들고 의사를 부르러 갔다.




원래 아는 길인데 정신이 들자 묘지에 있었다.


당시의 묘지는 지금처럼 거창하게 묘석이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집에서 흙을 덮고 그 위에 돌을 얹어 표시만 겨우 한 것도 있었다.




당황했던 엄마는 그런 돌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일어나려고 해도 발목이 무거워서 일어날 수 없었다.


등롱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흙이 부드러운 곳에서 하얀 손이 빼꼼 튀어나와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그만 등롱을 던져버리고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해도 손은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엉엉 울고 있을 때 멀리서 한 노파가 다가와 "왜 그러니, 괜찮아?"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발이... 손이..." 그렇게 설명하려고 하자 붙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없어지고 땅에는 구멍조차 없었다.


노파는 "이제 괜찮단다."라며 안아서 일으켜 세우고 엉엉 우는 어머니와 함께 의사네 집 근방까지 같이 갔다.



의사네 집의 불빛이 보이는 곳 즈음에서 "그럼 나는 이제 가 보련다." 라며 그대로 돌아갔다.



썩 밝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나이가 많은 여자였다는 사실과 왼손에 심한 화상자국이 있다는 것밖에 알 수가 없었다.



그 후 엄마는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그 노파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런 사람은 마을에 없었기 때문에 혹시 수호령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듣고 삼촌 집에 갔다. 


할머니는 환갑 넘어서 할아버지와 이혼하고, 아내와 자식이 야반도주한 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한때는 우리집에서 같이 살았지만 아이가 셋이나 있으니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다며 삼촌네로 간 것도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볼 기회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 때 5년만에 만난 것이었다.



이제는 의식조차 거의 없이 바싹 말라버린 할머니를 보고 엄마가 그 팔을 자기도 모르게 꼭 붙잡았을 때, 문득 이전엔 없었던 화상 자국을 알아차렸다.




삼촌에게 물어보자 2년쯤 전에 화상을 입어서 그 흉터가 남은 것이라고 했다.


그걸 보고 "아, 그 때 도와준 건 할머니였구나." 하고 묘하게 납득해버렸다고 한다.



할머니에게는 조금 신기한 힘이 있다. 유령을 보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내가 어렸을 때 놀러갔더니 얼굴을 보자마자 눈병에 효험이 있다는 유명한 절에 가자고 하셨다.


그 후, 나는 매년 그 절의 부적을 받았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눈에 문제가 없었지만, 10년쯤 전에 왼쪽 눈이 뭔가 이상해서 병원에 가고 수술을 세 번 했다.


지금은 왼쪽 눈으론 사물이 뒤틀려 보이고, 낮아진 시력은 낫지 않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또, 동생을 데리러 갔을 때는 언뜻 보고 "이 아이는 절대로 바다에 가까이 데려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부라서 바다에 안 갈수가 없으니, 늙은이의 헛소리라고 치부했지만 실제로 동생은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다.



할머니에게 뭔가 보이는지 물어봤더니 "아무 것도 안보여. 그냥 아는 게야."라고 말했다.



뭘 어떻게 아는 거냐고 물었더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주먹밥을 봤을 때 '아 이건 주먹밥이다.' 하는 식으로 그냥 아는 거란다..." 라고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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