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아줌마

번역 괴담 2017. 6. 9. 19:30


 보육원에서 일하던 무렵의 이야기다.


니트 모자를 쓴 나를 아이들이 할머니라고 불렀다.


모자 자체는 핑크색 코사지가 붙은 젊은 디자인이었던데다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다.



왜 할머니냐고 부르는지 내심 궁금했다.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도 모자를 쓴 나를 보고 할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별게 다 유행하네 싶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날 친구와 산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 지방의 영매사가 "이봐요 당신!" 하고 불러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곤 "머리(모자) 뒤에 오니같은 여자가 있어요." 라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노파같이 보이지만 나이는 30대쯤인 여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영매사 왈, 모자가 계기가 되어 어디에선가 들러붙었다고 한다.


혹시 해는 없는지 물어보자


이 여자만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당신(나)같은 경우에는 수호령이 여자를 먹어치우고 있으니까 조만간 없어질거요.


라는 것이다.


유령도 무섭지만 내 수호령은 대체 뭔가 싶었다.







그 일로부터 곧 10년이 다 돼간다.


모자는 아직도 갖고 있지만 큰 일은 없었다.


단지, 세살배기 딸이 나(엄밀히 말하자면 내 뒤)를 보고 "오니, 오니" 하며 웃는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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