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9.01.26 02
  2. 2018.11.08 변한다는 것
  3. 2018.09.27 에필로그
  4. 2018.09.21 고등학생 편
  5. 2018.09.14 중학생 편
  6. 2018.09.07 초등학생 편
  7. 2018.08.20 이브와 이브 (단편)

02

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19. 1. 26. 13:16

02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뭘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도보 20분 거리를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 순간 거실에서 나온 세 살 연상의 언니 아야와 마주쳤다.

"으아."

갓 목욕했는지 머리에 수건을 감고 막대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아야가 사야의 기세에 뒷걸음질 쳤다.

"무슨 일이야……"

사야는 여전히 헐떡대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걱정스레 동생을 살피던 아야의 눈썹이 뭔가를 알아챈 듯 올라갔다.

"안 졸려?"

"어……어떻게."

"요즘 들어 처음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길래. 놀란 고양이 같네. 무슨 일 있었어?"

"있었다면……있었는데."

그렇게 말 하다 머뭇거린다. 아까 한 경험을 남에게 설명할 단어를, 사야는 모른다.

"왜 그래?"

"뭐랄까…… 악몽을 꾼 것……같은."

"아, 잔거구나?"

"엇, 음…… 아주 잠깐……?"

"오, 잘 됐네. 안색이 좀 좋아. 평소에 너무 안 좋긴 했지만."

"시끄러."

"얼레, 너 가방은?"

듣고 나서 알았다. 빈손이다. 교실에 둔 채로 와 버렸다.

"깜빡했어……"

"뭐 하는 거람. 학교 갈래? 차 태워줄까?"

"아니. 잠깐만 쉴래."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 계단을 오른다.

"세수는 하고 자~"

"알았어."

계단 밑에서 들리는 언니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 2층 방에 들어갔다.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진다. 머리맡에는 어렸을 때부터 함꼐 해 온 인형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작게나마 숙면용 부적인 셈이다. 자기 냄새가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야는 긴장을 풀었다.

새삼스럽지만, 뭐였을까.

어떻게 된 걸까, 나.

좋아, 진정하자. 하나씩 정리하자.

다행히 지금은 머릿속이 깔끔하다. 그야말로 최근엔 겪어보지도 못했을 만큼 맑다. 그 이유를 들자면, 그래. 잤기 때문이다.

잠들었다. 진짜냐. 짱이다.

앞으로 영영 불면에 시달리다 쇠약사할 줄 알았는데.

잠든 것이다.

앗싸.

"아~~~~, 다행이다."

사야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 잠들 수 있게 됐으니 망가져가던 인생을 되살릴 수 있다. 학교 공부도, 인간관계도, 지금부터 열심히 만회 해야하지만 그쯤은 장기 불면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정말 다행이다. OK. 이건 완전히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식은?

꿈속에서 모르는 사람을 애인이라고 생각하다가 깨선 있는 힘껏 키스했단 사실은,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

사야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범죄잖아……"

처벌 여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성추행 사건 정도는 되겠지.

"없었던 일이 되진 않으려나…… 안 되려나…… 알고 있었던 걸까…… 알고 있었겠지~ 아무리 봐도……"

그 사실이 밝혀지면 앞으로 사야의 입장이 상당히 힘들어지진 않을까.

"그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애인이었단 말이지……"

꿈속에선 그렇게 확실했던 애정이 일어나서 10초쯤 지나자 급속도로 사라진 것도 충격이었다. 그 탓에 아직도 상실감의 흔적 같은 게 가슴 안쪽에 들어앉아 있다. 아무 근거도 없는, 필요 없는 상실감인데.

키스했을 때 맛본, 사랑하고 사랑받는 확신은 살아온 17년 인생에서 처음 느낀 것이었다.

무의식중에 손끝으로 입술을 쓰다듬은 걸 깨달은 사야는 어색한 마음에 손을 내렸다.

"아~ 진짜~ 모르겠다~"

베개를 끌어안은 사야는 힘없이 끙끙댔다.

"진짜 아무 것도 모르겠어~……"

아니아니, 됐어, 이제 됐다. 이제 고민해봤자 변할 게 없다.

분명한 건 다시 잘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일단 자자. 아까처럼 자서 체력을 회복하자. 어려운 생각은 그 후에 하면 된다. 실제로 벌써 이토록 졸리다.

사야는 눈을 감고 잠이 잘 드는 자세를 잡곤 천천히 숨을 쉬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

한참 있다 사야는 눈을 떴다.

"…………어?"

잠이 안 든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전혀 잠들 수 없었다.


'번역 소설 > 동침 드리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  (0) 2019.02.07
05  (0) 2019.01.26
04  (0) 2019.01.26
03  (0) 2019.01.26
동침 드리머 01  (0) 2019.01.20
Posted by [ 편집됨 ]
,

변한다는 것

번역 만화 2018. 11. 8. 21:44



Posted by [ 편집됨 ]
,

◆에필로그



Posted by [ 편집됨 ]
,



◆고등학생 편





Posted by [ 편집됨 ]
,


◆중학생 편





Posted by [ 편집됨 ]
,


관엽식물이 돼서 백합 커플의 꽁냥꽁냥 생활을 지켜보는 이야기 (미카미 테렌 저)


◆초등학생 편

Posted by [ 편집됨 ]
,


'번역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죽은 내 동생을 닮았다 03/03  (0) 2019.03.02
너는 죽은 내 동생을 닮았다 02/03  (0) 2019.02.23
너는 죽은 내 동생을 닮았다 01/03  (0) 2019.02.15
변한다는 것  (0) 2018.11.08
Posted by [ 편집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