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 왔어" 피곤한 여자 목소리가 났다.
어서 와, 여자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발을 벗은 여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운 없이 거실로 간다.
"아~ 피곤해……. 거래처 회식을 마음대로 잡으면 어떡해, 진짜. 너무 늦게 오잖아."
"어, 그럼 밥 먹고 왔어?"
"아니, 중간에 빠져 나왔어. 집에서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
"여자 친구라니…… 이상하게 볼 거라구? 치 짱은 엄청 미인이니까 남자친구라고 하면 될 텐데."
"난 괜찮아. 나한테 거짓말 하기 싫거든."
"고지식 하긴."
"일은 융통성 있게 잘 하니까 딱 맞지."
그러더니 머리가 짧은 여자는 긴 검은 머리 여자에게 쪽 키스 했다.
둘은 같이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서, 이제 8년차. 그렇게 작던 여자 아이는 올해 25살이 된다.
"하~, 아오이 꾹 안아줘~"
"네 네, 우리 어리광쟁이"
"기운 난다……. 영원히 안고 싶다……. 내일이 안 오면 좋을텐데……."
"괜찮아, 내일은 올 거야. 아무리 힘든 밤이라도 넘어설 수 있어."
"그렇게 긍정적으로 풀어도 말이지……"
움~ 하고 여자가 입술을 내밀자 검은 머리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입맞춤 했다.
"사랑해~ 아오이~"
"물론 나도 사랑해, 치 짱."
"음, 기운 난다……. 결혼 하자 아오이."
"벌써 했잖아."
그렇게 말하더니 약지 손가락을 보였다. 은 색 반지를 보고 여자는 히죽히죽 웃는다.
현관에서 쿵 쿵 하는 소리가 났다.
"하~ 진짜 뭐예요! 오늘이야말로 칼퇴근 하려고 했더니 퇴근 직전에 서류를 밀어붙였어요! 이 쪽은 잔업 수당따위 보다 연인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소중하단 말이예요옷!"
씩씩대던 여자가 들어 온다. 머리카락을 풀며 거실에서 안은 둘을 보고
"아~!" 하고 소리 쳤다.
"왜 벌써 꽁냥대는 거예요오!"
"선착순이지."
"어제도 먼저 들어왔으면서!"
"지난 주는 네가 사흘 연속이었잖아."
"웃~ 웃~, 저도 안아 주세요~! 뽀뽀 해주세요~!"
꼭 어린 아이처럼 떼쓰는 그녀를 보고 검은 머리 여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팔을 벌렸다.
"이즈미, 자 이리 온."
"와~…… 아오이 양 좋아~< 사랑해요~"
"아오이, 그렇게 이 녀석 응석 안 받아줘도 돼. 다 큰 어른이잖아."
검은 머리 여자에게 들러붙은 채 짧은 머리 여자가 말한다.
"그치만 안쓰럽잖아. 바로크 벤자민은 일찍 닫으니까 늘 제가 제일 일찍 오니까."
"아냐 괜찮아. 아오이가 있어 주니까 매일 열심히 일할 수 있어. 아오이가 없으면 세상은 어둠이라구."
"완전 맞는 말이예요~…… 아~ 살아난다~……"
"이즈미 요즘 스미레 씨네 카페 손님들이랑 비슷해지는 것 같은데……"
"그, 그러지 마세요…… 그러는 치하루 양이야말로……"
"하, 난 빼 줘. 그렇게 글러먹은 사람이 아냐."
"자 싸우지들 말자."
여자가 둘을 끌어당겨 교대로 키스했다. 그러자 마자 잘 길들여진 애견처럼 둘은 얌전해졌다. 안심한 여자는 일어서서 머리카락을 뒤로 묶는다.
"저녁밥 다 됐어. 아니면 먼저 씻을래?"
""아오이(양) 먼저""
"그래 그래, 밥이지. 알았어~"
부엌으로 간 여자는 고개를 쏙 내밀었다.
"그 전에 둘 다 화해 뽀뽀 해. 말 싸움 한 번에 뽀뽀 한 번. 약속 했지?"
""에~""
둘은 한 목소리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약속, 했지?"
하지만 여자가 다시 말하자, 둘 다 얼굴을 붉히면서도.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아, 뭔가 아오이 맛이 나."
"아 뭔지 알 것 같아요."
셋의 약지에선 반지가 빛난다.
밥을 담던 여자는 문득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물뿌리개를 들고 거실 한 켠에 놓인 화분을 향한다.
그 곳엔 이삿날 옮긴 관엽식물── 바로크 벤자민이.
힘차게 쑥쑥 잎을 펼치는 그것은, 여자가 뿌려주는 물에 신음성을 내버릴 만큼, 앗, 앗, 위험햇…… 좋앗……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관엽식물은 수명이 없다.
30년이 넘어도 꺽꽂이만 해 주면 언제까지고 살아간다.
이 아파트와 카페 바로크 벤자민에 동시에 불이 나지 않는 한은.
"아오이 양, 젓가락 옮겨 둘게요."
"아오이, 접시 가져간다."
"아, 네~"
물뿌리개를 든 그녀는 뒤를 돌며 미소지었다.
8년 전, 두 여자 아이에게 동시에 고백하는 무모한 짓을 한 그녀는 확실히 스미레 씨의 조카이며, 그리고 욕심 많은 내 동생이다. 피는 못 속인다는 거지.
그 날의 소녀는 앞으로 영원히 외톨이가 되지 않는다.
그야 이렇게 멋진 여자가 곁에 둘이나 있으니까.
기운이 나는 마법은 셋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마법을 건 것이다.
바로크 벤자민의 꽃말은 '가족의 사랑, 부부의 사랑.'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백합 커플의 꽁냥꽁냥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완전 승리! 해피 엔딩!
마치며
평안하신지요, 미카미 테렌입니다.
데뷔작부터 줄곧 얘기한 이 인사의 기원은 당연하게도 마리미떼고 그럽니다. 진퉁입니다. 마리미떼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계속 백합 소설 자체는 좋아했지만 당시의 라이트 노벨 신인상은 '여자 주인공'이나 '백합'에 안좋은 소문이 붙어서, 워너비였던 저는 도전할 만한 담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데뷔한 다음에 깨달은 겁니다. 출판 쪽에서 못 쓰면 동인에서 쓰면 되는 거 아냐……? 하고. 동인 완전 갓갓! 작가의 말이나 플롯에 퇴짜도 안 맞고!
이렇게 해서 제가 저를 위해 쓴 백합소설입니다. 솔직히 난산이었습니다. 쓰는 내내 몇 번이나 '백합은 무엇인가……?' 하는 심연에 빠질 뻔하면서도 고민하고, 그랬기에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걸 만들 수 있었다, 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 시작된 관계가 중학교로 이어지고,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더니 사회인까지 이어진다. 쌓여가는 세월을 묘사하려면 한 권을 통째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성장을 알아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러면 감사 인사를. 이번 일러스트에 표지 디자인까지 담당해주신 유조니 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그야말로 아오이 짱이 초등학생이었던 무렵 레벨로(너무 갔다) 지켜봐 와서, 요즘에 늘어난 그림 실력에 경악을 감출 수 없습니다.
또 DTP(Desktop publishing, 개인용 컴퓨터로 편집해 프린터로 출력하는 일 ;역주)부터 수많은 도움을 주신 코미야 씨께도 변함 없는 감사를.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백합 얘기로 타임 라인을 달궈 주신 AAA씨도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백합 만화를 그려 주시는 전 인류와, 콘노 오유키 선생님께 최고의 감사를!
그럼 다음은 겨울 코믹에서? 만나 뵙지요! 미카미 테렌이었습니다!
2017년 7월 17일 밤새고 들뜬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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