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무렵 이야기다.

내가 근무하는 부서에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 입사 시즌은 아니었지만. 잘 꾸미고 다니는 안경 청년이었다.

내가 사수를 맡게 됐는데, 일을 굉장히 잘 배웠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잘했다. 부서 사람들이 다들 야, 쓸만한 놈이 왔네 하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신입사원이 입사한지 1주일 지난 월요일, 몸이 안좋아서 쉰다고 연락했다. 올해는 굉장히 추웠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신경도 안썼다. 하지만 그 후로 매주 월요일이면 회사에 나오질 않았다. 4주 연속이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장염 때문에', '감기가' 같은 소릴 하며 넘겼다. 젊은데다 막 자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해서 '혹시 신나서 주말마다 논다고 못 일어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월요병이야?'라고 물어봤지만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할 뿐이었다.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다음번에는 진단서 떼 오라고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다음주 월요일에도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대충 이유가 짐작이 갔다. 월요일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던 것이다. 


여자 때문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애인이라곤 기미도 없이 보냈는데 신입이 회사까지 쉬고 여자랑 논다 이거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 반 이상은 질투였지만.


게다가 이번에는 무단결근이었다. 상사도 이번에는 신입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나에게 자취방에 가 보라고 했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데로 갔다. 그렇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질 않았다. 전화도 안받았다. 그럴 만도 하지. 대낮이니 여자랑 놀러간게 틀림없다. 그리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문득 손잡이를 잡으니 돌아갔다.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봤지만 대낮부터 커튼을 닫아놨는지 어두워서 아무 것도 안보였다.


안쪽에다 "○○~ 안에 있냐? 그렇게 아파?"라고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혹시 '그냥 안온 게 아니라 진짜로 몸이 안좋아서 연락을 못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번엔 토일월에 걸쳐 안 왔으니 어쩌면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과하면서 방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불을 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여자가 코타츠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으악! 하면서 펄쩍 뛰었지만 자세히 보니 인형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인형인줄 모를만큼 잘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 등신대 여자 인형이 있는 것부터 이상한 얘기지만 코타츠 위는 더욱 이상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치킨, 그 외의 요리와 와인잔. 마치 애인과 파티라도 한 것 같았다. 이상한 성벽이라도 가지고 있나 싶어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 때 문이 열렸다. 녀석이었다. 신입이 거기 서 있었다.


"카에데~ 나 왔어~"


확신이 들었다. 이녀석은 상태가 안좋다고. 이상한 성벽 정도가 아니라는 걸.


"…. 선배, 뭐 하십니까?"


회사에선 본 적 없는 엄청 차가운 눈빛으로 신입이 나를 노려봤다.


보자 마자 한 방 때려야겠다 하는 생각이 저 멀리 사라졌다.


"아, 아니, 네가 회사에 안 오길래 걱정돼서…"


"카에데가 감기에 걸렸어요. 지금 전화하려던 참입니다."


"카, 카에데…? 여, 여자친구가 예쁘네…"


화나게 만들면 위험하다. 어떻게든 맞장구를 쳐주면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남의 집에 막 들어오는게 말이 됩니까? 혹시 그런 거예요? 제가 없는 틈을 타서 카에데한테 이상한 짓을 하려고?"


"아, 아냐. 이… 그럴 리가 없잖아…"


'인형한테'라는 말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거짓말…. 너도 나한테서 카에데를 빼앗을 셈이지…"


뒤로 휙 돌더니 부엌으로 간 신입사원. 아. 좆됐다. 2층이고 뭐고 나는 베란다를 열고 뛰어내렸다.


"어딜 가아아아! 죽여버린다! 카에데를 뺏어가는 새끼는 씨팔 죽여버릴 거라고오오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목소리로 신입이 소리치는게 들렸다.


"거기 서! 죽여버린다아아!!'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요!' 소리 지르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촌동네인 게 최악이었다.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진짜 죽는 거 아닌가 하면서 20분 정도 달렸다. 정확히 얼만지도 모른다. 전화벨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상사에게 온 전화였다. 뒤를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전화를 받았다.


'신입이 경찰에 잡혔다는데 무슨 일인가?'라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식칼을 들고 있다가 순찰중인 경찰한테 잡혔다고 한다. (내 이름)죽인다 죽여버린다 하길래 경찰도 놀라서 연행했다고 한다.


그 후에 데리러 온 상사와 함께 신입의 집에 신발을 가지러 갔다가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서 경위를 설명한 다음 신입이 입원하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 정신병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신입은 해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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