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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20. 11. 1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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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게 아키는 문득 눈을 뜨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데운 실내 온도는 땀이 날 정도였지만 일어나는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았다. 자기 말고도 다른 사람이 많은, 넓은 객실에서 자 보려고 했지만 잠은 안 들고, 꿈속에서 또 가위에 눌렸었는데 갑자기 이불을 뺏기고, 내던져지나 싶더니…… 그 충격 탓에 깬 것일까. 이런 애매한 기억도 급격히 희미해지더니 이내 떠올릴 수가 없어졌다.
세수를 하려고 일어나 복도로 나섰다. 사야 방 앞을 지났지만 동생의 인기척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꿈속에서 동생을 본 것 같은 흐릿한 기억이 남았다. 어쩐지 즐거워보였다. 언니가 가위에 눌렸는데도 꺅꺅거리기에 묘하게 짜증이 났지만── 평소의 무뚝뚝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1층에 내려가 세면장에서 세수했다. 아주 오래 잔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머릿속이 깔끔했다. 방에 들어가다가 현관을 쳐다봤다. 사야의 신발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친구를 보러 간다고 했었던 것 같다. 꿈속에서 들은 사야의 밝은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의외긴 했지만 친구랑 있을 때는 그런 성격일지도 모른다.
아키는 샌들을 대충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연보라와 노랜 색이 섞인 노을이 예상치도 않게 아름다워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다. 평온한 저녁 분위기가 온 도시를 감싸 안았다. 아키 뒤, 집 안에서도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부모님도 잠에서 깬 모양이다.
저녁 먹을 때까진 돌아올까──. 아키는 현관 앞에 선 채 사야를 무의식적으로 찾으며 황혼 속의 마을을 쳐다보았다.

사카이모리 침구점 침실에선 세 사람이 동시에 의식을 되찾았다. 소파 위에서 서로에게 기대 잠들었다……기 보단 아주 잠깐 기절한 듯 한 감각이었다. 잠시 끊긴 기억에 당황하다, 세 사람은 깨달았다. 이번엔 오랜만에 셋 다 저항 없이 잠들었었다.
그럼 해낸 걸까. 사야와 히츠지가 수수를 쓰러트리고 도둑맞았던 잠을 되찾아준 걸까.
세 사람은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소파에 몸을 맡겼다. 가운데 앉은 란의 어깨 좌우로 카에데와 란의 머리가 걸쳐진다. 눈을 감고, 이번엔 본인의 의지로 잠들러 간다. 히츠지의 능력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료들이 함께 한다는 안심감이 셋을 착실하게 잠 속으로 데려갔다.
지금 나이트랜드는 어떻게 돼 있을지 셋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그곳에 사야와 히츠지가 있다면 데리러 가야한다.
눈꺼풀 뒤편의 어둠에 반짝대며 빛나는 모양이 생겨난다. 잠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것은 서서히 나이트랜드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변해갔다.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닫힌 커튼 너머의 창밖은 고요했고, 방 안은 어두웠다.
손을 뻗어 곁을 더듬는다. 살갗의 온기가 손끝에 느껴져 겨우 안심했다.
데이랜드에서 나이트랜드를 거쳐 도착한 이곳이 과연 어떤 곳일지 아직 모르지만, 아직은 수수의 기척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녀가 눈을 뜨고, 꼼질거리는 게 느껴졌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보이지 않아도 그녀가 미소 짓는 걸 안다. 커튼 틈새로 비쳐드는 희미한 빛이 반사되어 어둠 속에서 눈동자가 빛났다. 사람의 모양을 한 야수가 그곳에 누워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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