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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20. 11. 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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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연 사야를 맞이한 히츠지의 눈 밑에 커다란 다크서클이 자리해 제대로 못 잔 것이 일목요연했다.
"우와. 얼굴이 왜 그래."
사야의 말에 히츠지는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볼일인데?"
"할 얘기가 있어. 들어가도 돼."
"……상관은 없는데."
미심쩍어하면서도 히츠지는 사야를 집에 들였다. 집 안은 고요했다, 둘 외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히츠지 뿐이야?"
"응. 부모님은 본가에 피난하셨어. 부모님도 내 쿨쿨 파워를 잘 아시니까 자취생활을 만끽하는 중이지."
"그렇구나……. 우리 집이랑 반대네, 다 불면증이거든. 다음에 우리 집에 들려줘."
"상관은 없는데 가기가 힘들어. 그냥 걸어만 가도 차들이 전부 졸음운전을 하더라구."
그렇게 말을 하던 히츠지는 사야를 살펴보듯 고개를 갸웃했다.
"……사야는 안 졸려?"
"엄청 졸려. 그래도 아직 참을 만 해."
그렇게 말하다 하품을 해 버렸다. 내성이 있는 사야조차 이 꼴이니 네버 슬리퍼가 아닌 사람은 30초도 못 버티리라.
"흐음~. 뭐 너무 무리하진 마."
"나도 알아…… 하암."
히츠지의 방에 들어가자 침대 위에 죽 늘어선 인형들의 눈길이 환영했다.
"대충 앉아."
무뚝뚝한 말투로 한마디 던진 히츠지가 책상 앞 의자에 걸터앉았다. 사야가 바닥에 앉으려 하자 히츠지는 침대를 가리켰다.
"괜찮아?"
"특별히 봐 줄게. 걔들도 딱 하나라면 안아도 돼."
"알겠어. 그럼…… 실례합니다."
사야는 히츠지의 침대에 앉아 커다란 올빼미를 안았다. 보들보들한 타월 천에서 히츠지 냄새가 났다.
"그래서, 할 말은?"
"그 전에. 왜 말 안했어?"
"응?"
"집에서 못 나올 만큼 블랭킷 능력이 강해진 거. 다른 애들은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라서 충격 받았어."
"괜한 걱정시키기 싫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방금 만났으면 또 몰라도 이제는 그…… 왜…… 안 그렇잖아! 내 말이 틀려? 나만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 건…… 지금은 상관없잖아."
"상관 있어! 내 계획도 애들이 가르쳐주지 않았으면 못 짜냈을 거라고!"
"계획이 뭔데."
"현재 상황을 타파할 계획. 수수를 해치우고 편하게 잠들기 위해."
"흐음~……?"
히츠지의 못미더워하는 눈빛이 재촉하자 사야는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계속 히츠지가 나를 잠 속으로 데려갔잖아? 그걸 반대로 해보면 어떨까 해서."
"응? 그게…… 무슨 뜻이야?"
"히츠지가 나랑 동침하는 게 아니라, 내가 히츠지랑 동침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히츠지의 '블랭킷'이 된다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불면증에 시달려."
"응?"
히츠지가 눈을 끔뻑인다.
"어어…… 일단 지금도 상당히 그렇지 않아?"
"아직 부족해. 더 뺏는 거야. 완전히 잠들지 못하게. 미안한 소리지만 수면제로 잠드는 불면증은 가짜야. 진짜 불면을 가르쳐 주는 거지."
급하게 말을 쏟아내는 사야를 히츠지가 수상한 사람 보듯 쳐다봤다.
"사야, 대체 언제 인류를 배신한 거야?"
"영원히 그러겠다는 게 아냐. 일시적으로. 아마. 조금만……"
"벌써 수상해지기 시작했는데."
"나이트랜드는 전부 이어졌다고 했었잖아. 수수는 인간의 잠을 매개 삼아 늘어나니까 잠이 없으면 살 수가 없지. 세상은 누가 일어난대도 다른 누가 자니까 잠에서 잠으로 계속 옮겨가면 영원히 존재할 수 있어. 보통은 말이야."
"그 잠을 없애버리자고? 그런 게 가능해?"
"혼자선 못 해. 하지만 히츠지한테는 블랭킷 능력이 있잖아. 내 불면을 히츠지의 능력으로 모두에게 나눠주는 거야. 나이트랜드에 남은 잠은 나랑 히츠지 것뿐이야. 그러면──"
"그러면……?"
"우리 말고 자는 사람이 없으면 수수는 나랑 히츠지의 잠 속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잖아. 그렇게 되면 우리 둘이 일어나는 거야."
"일망타진 할 수 있다는 거구나. 고민좀 했겠네."
히츠지가 고요하게 말했다. 불안해진 사야는 말을 더했다.
"물론 말이지,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은 해. 전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봐. 안 그러면 모두가 꿈이 돼 버려──"
히츠지가 일어나 사야에게 다가갔다.
당황하는 사야 옆, 침대에 앉았다. 매트리스가 가라앉자 둘의 어깨가 닿았다.
"히츠지?"
"알겠어. 하자."
"괘…… 괜찮아?"
"사야가 꺼낸 계획이잖아. 그래서 어떡하면 돼? 난 매번 먼저 자서 누가 재워주는 건 처음이야."
히츠지가 침대에 누워 사야를 올려본다.
"동침해줘, 사야."
"으, 아, 알겠어."
사야는 점잖게 히츠지 곁에 누웠다.
전 인류의 잠을 빼앗고, 둘이서 푹 자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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