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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20. 11. 1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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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날 수 없다──. 이 두려운 결론을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날아도 뛰어 봐도, 뺨을 꼬집어도 손가락을 늘려도, 무슨 수를 써도 나이트랜드에서 나갈 수 없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트랜드는 분명, 완전히 소멸할 수가 없는 것이리라. 인간의 잠을 잇는 집합적 무의식── 이란 해석이 맞다면 나이트랜드에서 사람들을 다 쫓아내도 데이랜드에 깨어있는 인간의 의식이 나이트랜드를 놔 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남겨진 나이트랜드를 꿈꾸는 마지막 두 사람. 우리는 잠을 빼앗은 대가로 잠 속에 갇힌 것이다.
어쩌면 어느 한쪽만 일어나는 건 아직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쪽이 남겨진다. 어느 한 쪽이 반드시 희생되는──데드락Deadlock이다.
"큰일 났네. 동반자살 할까."
포기하는 심정으로 뱉은 내 말에 히츠지가 고민에 잠겨버렸다.
"……그래. 좋아."
"예스 하지 말라고."
"그치만 나 혼자서만 깨어나는 건 싫어. 같이 사라지는 게 나아."
"나도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매트리스 위에 앉아 몰려오는 수수의 벽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한동안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생각을 너무 해서 또 졸려졌어."
히츠지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언제까지 이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기에 나도 절제 없이, 히츠지에게 머리를 가져다 댔다.
"히츠지는 좋은 냄새가 나. 꿈속에서도."
"사야도 그래. 알고 있었어?"
"몰랐어. 땀 냄새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참 좋더라."
히츠지가 내 목덜미에 코를 가져다 대, 간지러워진 나는 목을 움츠렸다.
"야아~."
"안심되는 냄새. 곁에 있으면 엄청 푹 잘 수 있어."
어쩌지도 못하고 냄새를 맡게 두던 내 머릿속에 뭔가가 번득였다.
"…………그래."
나는 바로 옆에 둥글려진 시트를 집어 들었다. 무한한 넓이로 보이던 시트인데 막상 들어보자 아주 평범한 사이즈였다.
일어나는 나를 히츠지가 올려본다.
"동반자살?"
"안 한다니까. 잠깐만 있어봐."
시트를 펼쳐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 깐다.
"뭐 할 거야?"
"잘 거야."
"여기서!?"
나는 기억과 상상력을 일으켰다. 늘 내가 쓰던 베개가 두 손 위에 생겨났다. 히츠지에게 패스해주곤 내가 쓸 것을 하나 더 만들었다.
"내 베개라 좀 그런데."
"어, 이거 사야 베개야?"
히츠지가 베개를 끌어안더니 냄새를 맡았다.
"진짜네."
"야! 그러지 마, 부끄럽잖아."
나도 모르게 항의하며 다시금 상상력으로 침구를 만들어냈다. 얇은 여름 이불. 시트 위에 베개를 두고, 이불을 깐 나는 히츠지를 불렀다.
"이리 와. 빨리 안 자면 무서운 게 올 거야."
"그게 무슨……"
"슬립 워크 중에 잠들면 나이트랜드에 빨려 들어간다── 분명 그랬었어."
"으응."
"이판사판으로 그걸 이용해보자. 어쩌면 수수가 데이랜드를 나이트랜드로 덮어쓰듯이 우리 슬립 워크가 나이트랜드를 데이랜드로 뒤집어놓을지도 몰라. 동반자살이건 탈출이건 우리가 직접 경험하게 되겠지만."
눈을 땡그랗게 뜬 히츠지의 손을 잡은 나는 이불 위에 앉았다. 폭신폭신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가 말했다.
"미안해. 기껏 해봐야 이런 생각밖에 안 나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줘."
"아니. 사야와 함께라면 어떤 악몽이라도 괜찮아."
히츠지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말했다.
"이번엔 히츠지가 재워줘. 평소처럼."
"알겠어, 사랑스런 사야."
히츠지가 이불 속에 들어왔다. 한 이불에, 두 베개를 두고 서로를 마주본다. 히츠지의 눈 속에서 내가 보였다.
"──잘 자, 히츠지."
"안녕히 주무세요, 사야──"
히츠지가 눈을 감고 힘을 빼자 금세 졸음의 블랭킷이 나를 감싸 안았다.
사방팔방에서 수수가 몰려오는 종말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나이트랜드 속으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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