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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20. 11. 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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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섯 명은 영문 모를 신음소리를 내며 차례차례 벌떡 일어났다.
"아~~! 아~~~~!!"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모, 모르겠어요, 전원을 끈 것처럼 갑자기 꿈에서……"
혼란 속에서 몇 분이 지나 겨우 대화가 가능해졌을 무렵 란이 말했다.
"수수의 둥지가 어떻게 됐는지 본 사람 있나요?"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을 깬 것까진 기억해. 하지만 거기까지밖에──"
란은 굳은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가 보죠."
"잠깐 안 쉴래? 어쩐지 멍한 느낌이라……"
카에데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란은 수긍해주지 않았다.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죠. 상황만 보고 바로 돌아오는 거예요."
사야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눈을 꽉 감았다. 아주 큰 충격을 받은 느낌은 남았지만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옷이 살짝 당겨가는 감촉에 눈길을 떨구자 어느 샌가 불안해보이는 히츠지가 사야의 옷소매를 잡고 있었다. 사랑스러움에 사로잡혀 손을 잡자 히츠지도 맞잡았다.
땀에 살짝 축축해진 침대 위에 다섯 명이 다시금 누웠다. 슬립 워크를 중단했을 때도 바로 다시 돌입하면 직전에 꾸던 꿈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점은 사야도 경험을 통해 배웠다.
히츠지가 뿜는 졸음의 블랭킷이 모두를 감싸 안자 날카롭던 신경이 가라앉아, 다섯 명은 방금까지 있던 샘을 향해 슬립 워크를 재개했다.

*

우리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창고 천창에선 잔뜩 찌푸린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어떻게 된 거지?"
"다시 한 번 슬립 워크 했을 텐데……"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어떤 원인 탓에 잠이 깨버린 모양이다. 란이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틀렸나보네…… 어쩔 수 없네요"
"좀 쉬죠. 지금 차 내 올게요."
미도리가 제일 처음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타박타박 뛰어갔다.
곧 물이 끓고 커피향기가 퍼져왔다. 우리는 아직도 멍한 머리를 붙잡고 평소처럼 소파에 모였다.
"오늘은 기모브(마시멜로)를 사왔거든요."
"오~ 멋진데."
"멋진 거야?"
"몇 년 전쯤 유행했었죠."
접시에 얹힌 색색깔 입방체 과자를 보자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각자의 머그컵에 미도리가 커피를 부어줬다.
"자 다들 드세요──"
그렇게 말하며 먼저 기모브를 입에 넣은 미도리가 뚝 하고 굳었다.
뭔가 무서운 것을 본 양 눈을 크게 뜨고 얼어붙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느낀 란이 말을 걸었다.
"미도리……?"
어리둥절한 말투로 미도리가 중얼댔다.
"맛이── 안 나요."
그 말과 동시에 접시 위에 있던 기모브가 단박에 모래로 변해 스르륵 무너졌다.
우리는 깜짝 놀라 일어났고, 침실을 둘러싼 높은 선반들이 덜걱덜걱 흔들리나 싶더니 쌓여있던 박스가 일거에 터졌다.
선반 저편에서 눈과 다리와 독이 담긴 거대한 턱으로 그득한, 더없이 역겨운 벌레들이 우글우글 나타나더니 우리를 산산이 갈라놓기 시작했다.
천창에선 모르는 사람의 거대한 얼굴이 보이더니, 절규하는 우리를 무표정으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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