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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동침 드리머 2019. 12. 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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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흘러 7월에 접어들었다. 창고 안에 에어컨을 돌리기에도 한계가 있어 일행은 밖에서 자기로 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창고 뒤편에 펼쳐진 잔디밭에 기둥을 세우고 나무그늘에 해먹 다섯 개를 이어서 잤다.
넓게 펼쳐진 빙원을 개썰매로 달리는, 시원하고 기분 좋은 꿈이었다. 얼음 밑에 숨었다가 덮치는 백곰이나 범고래같이 생긴 대형 수수를 쓰러트린 기세로 물에 빠져 시원함에 눈이 뜨였다.
사야는 네버 슬리퍼라서 그런지, 이따금 이렇게 혼자서만 먼저 눈을 뜨고는 했다.
해먹이 뒤집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몸을 굴려 발을 땅에 붙였다. 넷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물을 마시려고 신발을 신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다른 누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후드 티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였다. 당당한 몸집의 산양에 올라타 안장 위에서 사야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림자 탓에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저기요?"
경계하며 말을 건 사야에게 남자가 말했다.
"양의 알을 조심해라, 슬립 워커."



둔탁한 충격과 함께 사야는 눈을 떴다.
위에서 해먹이 흔들린다. 방금까지 보던 건 꿈이고, 땅에 떨어져서 깼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히츠지가 해먹에서 일어나 사야를 내려다본다.
"어? 사야 떨어졌어."
"아하하, 바보같, 엇차찻차."
뒤를 이어 떨어진 카에데를 본 미도리가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다치셨나요?"
란이 위에서 사야를 쳐다본다.
"아니……"
일어나며 사야는 뇌리에 스며든 기억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그 알, 뭘까?
그래.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사야에게 기생하던 수수를 쓰러트렸을 때, 히츠지가 수수의 시체에서 알 모양의 핵을 꺼냈었다.
또 하나 기억난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슬립 워크에서 수수를 쓰러트렸을 때, 히츠지는 반드시 그 핵을 손에 잡고 부쉈었다.
그리고 동료들은 늘 주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데이 랜드에 귀환하기 직전에 이뤄지는, 의식과도 같은 과정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교실을 가득 메우고 흥분해서 뛰어다니는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들이 창 밖에서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의 과일을 따 먹어서 바닥은 먹다 남긴 딱딱한 씨로 덮여 있었다.
수십 마리의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와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가 아닌 네 학생을 마주한 나는 교탁에서 소리를 크게 냈지만 소란에 섞여 퍼지질 않는다. 피로와 무력감에 마음이 꺾이려 할 때, 히츠지가 마침내 나를 쳐다봤다.
"저기, 얘들아, 사야 선생님이 무슨 얘기 하실 건가봐."
주목을 모아주니 마침내 네 명이 나를 향했다.
"고마워, 히츠지 군."
"오늘은 뭔가 심각한 표정이네, 사야 선생님."
"확인할 게 좀 있어서."
나는 내 의문을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야기의 맥락을 잃지 않는 것은 썩 쉽지 않았다. 잠 속에선 조금만 방심했다간 이내 논리가 뒤틀려서 어느 샌가 다른 얘기를 하거나,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만 내게 되는 경우가 곧잘 있었다. 이렇게 설명하려 시도하는 것도 사실은 벌써 세 번째였다.
덧붙이자면, 나는 데이랜드에서도 몇 번이고 설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라 나마저도. 꿈을 꿀 때의 의식은 깨어 있을 때의 의식과는 다른지, 눈을 뜨면 나이트 랜드에서 있었던 기억은 상당히 애매한 것으로 변한다. 개중에서도 이 '알'에 관한 기억을 유지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려웠다.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내가 진짜 그랬었어?"
"했어. 매번. 우린 그걸 쳐다봤고."
내 말에도 동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할 뿐이었다.
"그래도 알았어. 사야찌가 그렇다면 다들 집중해 보자."
"그렇죠. 저도 뒤에서 주의해서 볼게요."
우리는 교실 창문으로 나가선 바오밥 나무줄기를 감싼 나선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사바나를 배회하는 대형 고양이와 비슷한 수수의 모습은 여기서도 보였다.
"저거구나."
내가 말하자 란도 소리를 높였다.
"잠깐만, 다들── 저기도 있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다른 수수가 보였다.
왕도마뱀처럼 땅을 기는 다리 여덟 달린 수수가 우리를 올려다본다──.



실패했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 시도했지만 두 수수 모두 놓쳐버렸다.
사냥을 실패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 다섯은 테이블 앞에 축 늘어져 당을 섭취하며 사냥을 반추했다.
"그 녀석들, 합공했어. 그런 건 처음인데."
히츠지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까지 수수를 만났을 때는 반드시 하나씩이었다. 수수는 제각각 생김새와 움직임도 다르고, 인간이 아는 생물과도 다른, 굳이 따지자면 기계적으로 감정이입을 막는 듯 행동했었다.
그런 것이 한 번에 둘이나 나타난 데다 힘을 합치듯 행동하며 사냥을 막았다.
"벌레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미도리가 혼잣말을 했다. 카에데도 인상을 쓰고 생각에 빠졌다.
"지능이 생긴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좀 신중하게 가보죠. 저들의 행동이 변했는지 여부를 잘 관찰하는 거예요."
란의 말에 일행은 끄덕였다.
"결국 알은 확인도 못 했네."
사야의 말에 넷은 이상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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