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나를 가지던 날과 내가 태어나던 날 밤에 빛이 뱃속으로 들어오는 신비로운 꿈월 꿔서 나에게는 뭔가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가족에게 뭔가 고민거리(아버지의 전근에 가족이 따라갈지 여부 등)가 있을 때는 내가 마지막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신이 그러길 바라신 거겠지' 하고 말하는 가족이다.
나 자신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반항기를 거쳐서 나는 평범하고 초능력같은 건 없다고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 식구들도 남한테 얘기하지도 않은데다 형제자매도 그 부분은 길이 들어서, 그냥 마지막 결정을 내가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동생네 아이(나한테는 조카)가 병에 걸렸다.
처음엔 어느 병원을 가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겨우 병명을 알아냈더니 비싼 치료비가 장기적으로 들어가는 난치병이었다.
치료비를 못내서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도 많다고 한다.
물론 동생과 부모님이 모아둔 돈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집을 팔아서 조금이라도 치료비를 충당하는게 어떻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리고 부모님은 멀리서 살던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결정해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연말 점보 복권을 산다는 결론이 났다.
우리 가족은 연말 점보 복권을 서른장 샀다.
그리고 당첨됐다.
어찌어찌 집을 팔지 않고 10년은 버틸 수 있는 액수였다. 그 동안에 정부 지정 난치병이 되면 어떻게든 된다고 한다.
나는 그 사실을 '네 몫이다.' 라며 백만 엔을 받았을 때 알게 됐다.
뭘 사라고 한 적도 없을 뿐더러 전화를 받은 기억조차 없다.
아니, 사실 조카가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처음 들었다.
전화를 걸었던 번호는 내 전화번호와 한 끗 차이.
다시 전화를 걸어보자, 모르는 남자가 받자 마자 끊고 다시 걸었더니 없는 번호였다.
어머니는 내가 곧잘 상담도 도와주고, 조카가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 지도 모를 때도 내가 다른 현의 병원을 가르쳐줘서 병명을 알았다고 했다.
내가 이 번호(비슷하지만 다른 번호)로 바꿨다고 연락했다고 어머니가 얘기해서 보이스피싱인가 했는데 사기를 친 것도 아니라 영문을 알 수 없다.
어머니는 '네 신이 분리된걸까.'라고 말했다.
어제 부모님이 올해도 연말 점보 복권 사는게 좋을까 하고 전화 해서 사지 말라고는 얘기 했지만
혹시 신이 분리됐으면 나한테는 아무 능력도 없으니까 막 답해도 될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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